> 늘 양보만 하던 첫째가 울먹이며 꺼낸 속마음.
질서였던 일상이 흩어지고, 서랍처럼 열린 아이의 감정을 기록한 따뜻한 성장 이야기.
지안이는 늘 조심스럽고 엄마 곁에 머무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서랍 속 물건을 꺼내는 일도, 아무거나 만지는 일도 없었다.
손을 꼭 잡고 다니길 좋아했고, 무릎에 안겨 있는 걸 가장 좋아하던 아이.
세상과 닿는 손보다, 엄마 곁이 더 편했던 그 아이.
하린이가 태어난 후,
작고 궁금한 손이 서랍장을 열고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그 옆에 앉은 지안이는 신기한 듯 따라 하고 있었다.
질서였던 일상이 흩어지고, 그 속에서 새로운 장면이 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지안이가 평소와 달랐다.
항상 비켜주던 자리를 지키며, 울먹이며 말했다.
"나도 한 번쯤은 엄마 품에 안겨도 되잖아!"
지안이의 "나도 한 번쯤은 엄마 품에 안겨도 되잖아"라는 말은, 서랍보다 더 크게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알게 모르게 하린이를 예뻐하며 양보해 왔던 지안이.
어린 하린이는 그런 지안이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스스로 강하고 표현이 서툰 하린이는
다가오는 방식조차 조율하지 못한 채,
지안이의 양보를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안이는,
쌓여온 마음을 하린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터뜨린 것이다.
그것은 억울함이나 화보다,
알아주지 않는 서운함,
그리고 엄마 품을 향한 작은 소망이었다.
> "질서가 깨진 그날, 아이의 마음은 서랍처럼 열려 있었다."
> 아이들도 저마다 작은 사회를 살아간다.
말보다 먼저, 눈빛으로 마음을 건네고,
서운함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그렇게 서툴게 표현하며 자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