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걷던 봄날, 흩날리기 전 민들레 씨를 담은 따뜻한 순간을 기록합니다.
어느 봄날, 딸과 산책을 하다가
한 송이 민들레 씨를 발견했다.
겨울의 흔적이 다 지워지지 않은 거리였지만,
그 사이로 조심스레 얼굴을 내민
하얀 민들레 씨가 고요히 서 있었다.
나는 예쁜 구도를 잡으려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흩날리기 전, 고요히 머물러 있는 모습이 좋아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딸이 말했다.
“엄마, 이렇게 찍으면 더 예쁠 것 같아.”
딸은 작은 손으로 내 팔을 살짝 끌어
각도를 조금 틀어주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민들레 씨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찍으면서, 문득 이 작은 아이가 보여주는 세상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풍경이라는 걸 느꼈다.
그날 민들레 씨도 찍고,
길가에 핀 작은 들꽃도,
밝고 싱그러운 하린이도 찍고,
나무 그늘 아래 드리워진 빛도 핸드폰에 담았다.
하지만 그 많은 사진 중에서도,
내가 가장 소중히 간직한 건
흩날리기 전, 고요히 머물러 있던 민들레 씨였다.
서로를 찍은 건 아니었다.
하린이가 밝고 빛나게 내 맘에 담겼다.
그저 같은 순간, 같은 풍경을
서로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민들레 씨앗은 아직 흩날리지 않은 채,
하얀 솜뭉치처럼 고요히 서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담고 싶었고,
하린이는 흩날리기 전, 고요히 머문 민들레 씨를
더 예쁘게 담을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방향을 알려줬다.
하린이가 그 시절 알려준
그 구도로 찍은 민들레 씨 사진은
지금 내 프로필을 표현하는 사진이 되었다.
이 블로그 속의 나도,
흩날리기 전의 민들레 씨처럼
고요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바람 한 점에도 쉽게 흩날릴 수 있지만,
아직은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물러 있는 시간.
흩어지지 않고 머물러 있는 동안,
나는 조금 더 세상을 바라보고,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날 하루가 특별했던 이유는
민들레 씨 때문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사진 한 장 때문도 아니었다.
딸과 함께한 시간,
딸이 보여준 세상의 구도,
그리고 말없이 마음을 나눈 순간들이
그날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민들레보다 더 빛났던 건
그날 너와 함께 웃고 걷던 기억이었다.
아직도 내 마음속 한가운데,
흩날리기 전의 민들레 씨처럼 고요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