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완두콩 하루

완두콩을 사이에 두고 웃던 두 아이의 하루. 소중한 순간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간, 지금은 더 따뜻하게 떠오르는 아이들과 엄마의 기록.

아이들의 완두콩 하루

껍질째 산 완두콩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앉았던 하루. 하린이의 이유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지안이는 조용히 그 옆에서 껍질을 까고 있었다.

아직 어린 지안이가 도와주듯 앉아 조심조심 콩을 까던 그 순간. 하린이를 챙긴다는 듯한 눈빛으로 의젓한 표정을 짓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하린이는 완두콩 통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콩을 꺼내고 다시 넣고,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 표정도, 웃음도, 작은 손짓 하나하나가 참 귀여웠다.

완두콩을 사러 가던 길도 생생히 기억난다. 유모차에 하린이를 태우고, 작은 몸으로 앞장서 뛰어가던 지안이. 깔깔깔 웃으며, “내가 먼저 가볼게!” 하며 신이 나 있었다.

하린이를 좋아하던 지안이는 유모차를 자기가 끌어보겠다고, 자기 몸만 한 유모차를 다부지게 잡고 끌어갔다. 나는 뒤에서 몰래 손을 대며 지안이를 잡아주었지만, 그 뿌듯해하는 얼굴을 보고 한참 웃었다.

그 짧은 순간들이, 지금도 한 장면처럼 선명하다. 하린이는 아직 기어 다닐 때라 완두콩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장난을 쳤고, 지안이는 껍질을 까랴, 하린이를 보랴, 바쁜 와중에도 동생을 정말 잘 챙겼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식사 준비에 집중했고, 그 시간 속 아이들의 얼굴을 더 오래 바라볼 여유는 그땐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일까. 그때 그 작은 손과 표정들을 지금은 더 눈에 담아둘 걸 그랬다며 자꾸만 그리워진다.

“그땐 그냥 지나쳤던 장면이 이제는 하루를 웃게 만드는 기억이 되었다.”

아이의 장난도, 도와주는 손길도 그 시절에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게 아쉽고, 그래서 더 소중하게 남았다.

아이의 성장은 늘 그렇게, 곁에 있을 때 더 많이 바라봐야 한다는 걸 그 하루를 통해 배웠다.

"그때는 그냥 하루였지만, 지금은 눈물 나게 예쁜 기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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