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대신 전해보았습니다. 그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나를 회복하는 과정을 조용히 꺼내어 씁니다.
내가 대신 쓴 부모의 편지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말이 담겼을까.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을 대신 꺼내는 일이었다.
부모의 자리에 서서,
그들이 내게 전해주었을 법한 마음을
내가 대신 전해 보는 것.
그렇게 나는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담아
내게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지금 이 편지는, 나를 회복하기 위한 감정의 기록이다.
엄마가 나에게 건넨 마음
사랑하는 딸,
엄마는 너를 많이 아꼈지만
표현은 늘 바빴고 무뚝뚝했지.
밥을 하고, 집을 정리하는 일로
사랑을 대신한다고 믿었어.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더 많이 안아줄 걸, 말해줄 걸 싶단다.
너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며 자랐겠지.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외로웠을 거야.
그게 이제야 느껴져.
이제는 어떤 감정이든 괜찮아.
기분 나쁜 날도, 무너지는 순간도.
엄마는 늘 너의 편이야.
그건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변하지 않아.
아빠가 나에게 건넨 마음
우리 딸,
내가 표현이 서툴다는 걸
이제는 나도 안다.
네가 조용히 곁에 있을 때,
나는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거나
장난을 걸고 말았지.
그때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에겐 아쉬웠을 거다.
지금 너를 보면
참 단단하게 자라줘서 고맙고
무심했던 내 사랑을 버리지 않고 품어줘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우리 딸.
지금이라도 이 말이 너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 마음을 받아 든 나는
편지를 읽는 동안
낯선 다정함에 눈물이 났다.
글로 쓰인 말들이지만
그 안에는 내가 오래도록 듣고 싶었던 말들이 있었다.
나는 잘 자라왔다.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감정은 늘 조용히 눌러두었고, 마음 한편이 자주 비어 있었다.
그건 끝내 정의 내리기 싫었던
외로움이었단 걸
그래서 나는 이 편지를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음으로 썼다.
이제라도 그 사랑을 이해하고,
내 감정을 받아들이고 싶어서.
>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내가 바라던 방식이 아니어서 몰랐던 것뿐이었다.
엄마, 아빠의 마음이
이 글 속에서라도 나에게 닿는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더 따뜻한 방식으로 내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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