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퀴즈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단순한 방법을 배우며,비워야 새로운 감정과 기쁨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된글
"엄마, 퀴즈 하나 낼게. 냉장고에 코끼리 넣는 법 알아?"
지안이와 간식을 먹다가 불쑥 묻는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잠깐 멈칫했다.
“냉장고? 코끼리? … 어떻게 넣는데?”
"문 열고 코끼리 넣고, 문 닫으면 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며 웃는 아이.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아, 이 단순함. 귀엽기도 하고, 뭔가 통쾌하다.
"그럼 엄마, 두 번째 문제. 냉장고에 기린 넣는 법은?"
“음… 그냥 똑같이 넣는 거 아냐?”
"아냐~ 코끼리를 먼저 꺼내야지. 안 그러면 기린 못 넣잖아!"
아이의 말에 머릿속에 코끼리와 기린이 냉장고 앞에서 줄 서 있는 상상이 펼쳐졌다.
어이없지만 묘하게 납득된다.
"그럼 마지막 문제! 동물 회의에 한 마리만 안 왔대. 누굴까?"
“응?”
"기린!~ 냉장고에 들어가 있잖아."
그 대답에 웃음이 났지만, 동시에 마음 한쪽이 콕 찔렸다.
단순한 이야기인데, 왠지 오래 남는다.
마음도 냉장고처럼
누구나 마음속에 코끼리 하나쯤 품고 산다.
버리지 못한 감정, 잊지 못한 말, 무거운 기억들.
그걸 꺼내기 전까지는
새로운 기린도, 좋은 사람도, 기분 좋은 바람도
그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무언가를 새로 담고 싶다면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을 꺼낼 줄 알아야 한다.
생각보다 단순한 답
우린 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
감정도, 관계도, 일상도.
사실은 문 열고 넣고, 문 닫으면 되는 걸
괜히 어려운 방법을 찾고,
그 안에서 스스로 지쳐버릴 때가 많다.
아이의 퀴즈는 그냥 웃자고 던진 이야기였지만,
내게는 삶에 대한 작은 힌트처럼 느껴졌다.
>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몰라.
가끔은 비워내는 게 시작이니까."
마무리
지안이는 퀴즈를 다 내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엄마, 이거 요즘 애들 다 아는 건데~ 몰라?"
그러게.
그저 유행하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오늘 난 그 안에서
복잡했던 마음 하나를 꺼냈다.